6화 ㅣ노력이 필요해 (feat.주식)

2021. 5. 18. 09:02경계의 연재 서비스/딴지함 (2021.4 ~ )

나연이에게

 나연아 안녕. 난 잘 지내. 너도 잘 지내지? 날이 갑자기 더워졌어. 보통 후드티, 긴소매, 반소매 순으로 옷을 입었는데 이번엔 후드티에서 바로 반소매로 넘어갔어. 세상이 점점 뜨거워지고 이상해지는 것 같아. 아픈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더욱 고민되는 오늘이야.  

 

 지난 편지에서 주식 이야기를 했더라. 내가 주식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도 주주야! 사실 주주라고 했지만 두 주밖에 없긴 해. ‘꽁돈’은 만지고 싶은데 겁이 나서, 괜찮다는 회사라는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한 주씩 사봤거든. 근데 말도 말아. ‘내가 사면 떨어진다’라는 말이 정말이더라고. 벌써 15,000원 잃었다! 하지만 괜찮아. 내가 예순쯤 되면 올라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주식을 왜 할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다른 사람들도 다 하길래 했어! 정말 단순하지? 얼마를 모으겠다거나,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따라 주식을 시작했다니, 좀… 그렇지? 근데, 이거 나만 그런 거 아니다? 

 

 혹시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 들어봤어? 갑자기 ‘거지’가 된 사람이 얼마나 많길래, 이런 말이 신조어로 등장했다는 게 신기하지? 나도 처음엔 신기하더라.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갑자기 누군가의 돈이 없어져 ‘거지’가 되는 것이, 신조어로 나올 정도로 흔한 일이 되었다는 게 내 상식에선 이해가 가지 않았어. 의문이 들어서 찾아봤더니 그게 아니었어. 이 단어의 뜻은 내 돈은 통장에 가만히 잠들어 있는데, 내 주변인은 투자로 돈을 왕창 벌게 되어 상대적으로 재산이 적어져 버린 것이었어. 사전의 말을 빌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월급만 모으고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한 사람”을 뜻한다고 해.

 

 실제로 나연이 너처럼 주식에 손도 대지 않던 내 지인이 말하기를, 자기 형은 주식으로 차를 뽑고, 친구들은 집을 샀대. 돈을 어마어마하게 버는 주변을 보며 자신만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함과 박탈감을 느끼게 됐대. 결국 내 지인도 이젠 주식을 한다고 해. 이와 비슷하게 나도 ‘다른 사람들도 다 하길래’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은 거야. 이젠 ‘부화뇌동’이 바보 같은 게 아니라, ‘부화뇌동’하지 않는 게 바보가 되어버린 세상인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이런 의미에서 우리 세대들이 주식을 도박하듯이 흥미만 가지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같이 트랙을 달리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 20미터, 30미터 앞서가는 게 보여지는 와중에 나만 멀뚱멀뚱 서 있는 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그 순간을 즐길 수 있겠어. 흥미보다는 뒤처질 수 없다는 강박 때문에 우리 세대들이 주식에 ‘영끌’하기도 하는 게 아닐까? 마치 생존본능 같기도 해.

 

 그래서 난 주식 수익을 ‘불로소득’이 아니라고도 생각해. 생존을 위해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처럼, 21세기 생존 방식 중 하나인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봐. 투자자들은 본인의 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감당해. 동시에 투자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피고 미래가치를 판단하는 노력을 해. 공부를 하고 판단 내려서 번 돈이지 운이 좋게 얻은 ‘꽁돈’은 아니야. 물론, 정말 운이 좋은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고, 대부분의 이익을 얻은 투자자들은 각자 나름의 노력을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 내가 주식투자 예찬론자가 된 것 같네(ㅋㅋ) 근데 나도 잘 몰라. 난 주식 고수도 아니고, 경제 지식에 빠삭한 것도 아니야. 그럼에도 왠지 고수(?)처럼 이렇게 편지를 쓴 건, 네가 너무 주식을 안 좋게만 보지 않았으면 해서야. 네가 걱정하는 대로, 주식은 노력 없이 벌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떳떳함과 자부심을 잃을 ‘악랄한 벌이 방식’이 아니야. 다른 형태의 ‘노동’이야.

 

 통장 안에 재워 둘 수 있는 돈이라는 동반자를 깨워서 기업으로 보낸 거야. 거기서 동반자가 실직을 할지, 보너스를 받을지는 내가 어떤 기업을 잘 선택하느냐에 달렸지. 소중한 동반자를 보낼 기업을 선택하는 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 아마 없을 거야. 너도 주식을 하게 되면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살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노력’할걸?

 

 언젠가 만약 주식에 대한 생각이 변한다면, 한 번 해보는 걸 추천해. 하기 전과 하고 나서의 생각이 확연히 변하는 경험이거든. 아, 아니다. 그냥 주식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너무 신경 쓰이고 별로야. 아냐 해봐도 돼… 좋은 경험이야… 아니 하지 마… 아니 해봐… 하지 마…

 

정화가